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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자유롭게/그리운강원도

신비의 물이 만든 아홉가지 아름다움 화천 비수구미를 걷다..

 

 

 

 

신비의 물이 만든 아홉가지 아름다움 화천 비수구미를 걷다.. (여행일자 2014년 8월26일)

 

적당히 비가 내렸다.. 걷기에는 조금 불편할수 있겠지만 그래도 덥지 않으니 더 좋다..

왜 하필 여행가는날 비가 내리는거야.. 하고 툴툴 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오히러 비가 내리는 날이

햇빛 쨍쨍한 날보다  더 좋게 느껴지는게 낭만을 즐기고 비를 사랑하는 감정만큼은 유난스럽기도 하다..

몇번을 걸어야지 했다가 망설이고 걸을려고 했을때는 시간까지 어긋났던 화천의 비수구미를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던날 다람쥐와 그리고 해산령부터 계속 귀찮게 했던 날파리와 함께 걸었다..

우산을 쓰기도 안쓰기도 애매한 어중간하게 비가 내렸다.. 그럴때는 그냥 맞는게 오히러 편하다 

 비를 훔빡 맞은 생쥐꼴로 해산령에서부터 비수구미마을까지 6키로나 되는 길을 걸었다

얼마전에 목감기로 인해 아직까지도 마른기침으로 시달리고 있지만 그까짓거 걱정되지도 않는다

오히러 맑은공기때문에 그동안 귀찮게 했던 감기가 씻은듯 나을거란 생각이 더 들었다..

 

 

 

 

 

 

 

사람도 들어갈수가 없나.. 굳게 닫혀있었던 철문은 진입로 인줄도 모르고 지나치게 했다..

더군다나 출입통제구역이라고 빨갛게 적어놓은 글귀가 멈칫 망설이게 했는데 바로옆에 출입구가 따로있었다.

온통 초록색으로 가득했던 화천의 늦여름..  해산령에서 내려 트레킹을 시작하면 되는데 비수구미마을까지는

내리막길이라 편안하게 부담없이 걷기만 하면된다.. 간혹 갑자기 뛰쳐 나오는 다람쥐때문에 놀라긴 했었지만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라곤 찾아볼수가 없었다... 오지 중에 오지 아직도 이런곳이 있다는것에 놀랜다..

원래는 길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해산터널을 만들기 위해서 숲을 헤치고 길을 터놓은거 뿐이라고 했다..

 걷다보면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비수구미마을 어귀까지 계속해서 귀를 간지럽히는 물소리가

시끄럽다고 느껴질때쯤 비수구미마을에 도착하니 사람들의 심리를 일찌감치 꿰차고 있는거 같기도 한다..

사부작사부 걸을때마다 흙냄새를 폴폴 풍기게 하는 오솔길은 떨어지는 빗방울이 가득 메꿔준다

돌맹이가 유독 많아 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발목이라도 삘까 걱정스럽지만 오히러 더 조심스러워진다

돌맹이를 옆으로 치우고 트레킹길을 정비를 해놓으면 좋으련만 그건 내 욕심인듯했다

다듬어져있지 않은곳에 대한 불편함 하지만 언젠가는 그 불편함이 그리울때가 있을수도 있겠다

 

 

 

 

 

 

 

 

 

 

 

가을이면 또 얼마나 곱고 아름다울까..  숲길에는 단풍나무들이 유독 많아 보였다..

비수구미는 신비의 물이 만든 아홉가지 아름다움이라는 뜻과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한 소나무

군락지였던 비소고미가 발음하기 어려워 발음하기 쉬운 비수구미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파로호를 따라 4가구만 살고있다는 비수구미 마을로 통하는 길은 해산령에서 내려오거나

비가 많이 온날이면 모터보트를 타고 파로호 선착장까지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사람의 손길이 없었다는건 계곡에 흐르는 바위틈 사이로 초록색 이끼를 보면 알수가 있겠다..

초록 양탄자를 깔아놓은듯 뽀송뽀송한 이끼는 비수구미가 무공해 청정지역임을 증명한다..

비가내려 나뭇잎 사이로 맺혀있는 물방울은 바람이 불때마다 흔들려 떨어진다.. 어디서든 쉽게

볼수 있는 장면들이지만 비수구미에서는 빗방울도 리듬을 타는듯 했다..

 

 

 

 

 

 

 

벌써 가을인가...  밤송이가 떨어진다.. 조금만 더 옆으로 떨어졌으면 머리위로 떨어졌을텐데 다행이다.. 

두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밤송이를 까서 밤을 꺼낼려고 했더니 아직 여물지 않았는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포도를 쳐다보면서 군침만 흘렸다는 여우가 된듯 저건 맛없는 밤일꺼야.. 하며 스스로 위안 삼아본다

여름야생화는 잔뜩 피어서는 이름을몰라 궁금해하는 여행자를 괴롭힌다.. 그렇게 놀며 보며 걷는동안에 심심하지

않았던게 비수구미 마을까지 1시간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이것저것 참견하느라 2시간은 족히 걸린듯 했다..

해산령에 내려주고 비수구미마을에서 점심을 같이먹기로했던 일행의 배고파서 죽는줄 알았다는 소리를

고스란히 들어야만 했었다.

 

 

 

 

 

 

 

 

 

 

 

두손으로 꼭 짜서 공처럼 동그랗게 만들어서 내온 나물들의 종류만해도 몇가지인지 그리고 그 이름을 알수는

없었지만 분명한건 고추장만 넣었을 뿐인데 셋이먹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 비빔밥이였다..

시골의 맛이 느껴지는 비빔밥을 뚝딱 게눈감추듯 먹어치우곤 파로호 둘레길을 따라 다시 걷기로 했다..

맑은 물만큼이나 좋은 인상을 줬던 비수구미는 또 다른 아쉬움이 많이 남는곳이 되어버렸다..

가을이 오면 이곳을 다시 걸을테지만 지금처럼 때묻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오래 머물러 있기를 바래본다

 

 

 

 

 

 

 

 

 

한때는 걷는게 싫어서 그리고 움직이는게 싫어서 차로만 이용했던 여행을 멋모르고 다닐때가 있었다.. 지금은

걷는것이 좋아지고 산이 좋아지고 숲이 좋아지고 있으니 여행의 참맛을 알고 도시생활에 슬슬 염증을 느낄 나이가 된듯하다..

오늘도 비수구미를 걸으면서 나무가지로 엮어놓은 움막이라도 좋으니 집한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만 더욱 간절했었다..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비수구미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