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 남자들 다섯명과 떠났던 평생 잊지못할 좌충우돌 양평여행..
여행일자 2013년 01월31일 1월 마지막날에 떠났던 양평여행..
입춘도 지났는데 이틀사이에 눈이 소복히 내려 봄꽃대신 눈꽃을 보여준다..
기차를 타면서 바라보는 눈꽃은 하얀매화꽃이 핀듯 아름답게 보여지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으니 운전을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눈이오면 불편해지는
진실과 호기심까지도 없어진다는 현실이 내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때가 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정신없이 강원도로 다녔던 올겨울 눈꽃시즌도
어느덧 끝나고 날 따뜻해지면 꽃놀이로 들떠 있을 내 마음을 살그머니
잡아두지만 두근두근 심장뛰는 소리가 봄을 맞는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또 이렇게 한시즌을 보내고 다른 시즌을 맞게 되면 내 기억속에는
2013년 겨울에는 따뜻했구나.. 하고 생각하는 날이 있겠지..
평일에는 회사에서 주말에는 태백을 비롯하여 정동진과 강원도에서 정신없는 한달을 보냈다..
정신없이 한시즌을 끝내고 나면 한달동안은 허전함과 아쉬움속에서 끙끙 앓아 눕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그냥 흘러흘러 쉽게 지나가는 모양이다... 이게 나이를 먹었다는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평일에는 공사현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고 겨울철이라 공사가 그렇게 많지 않기에 지루한 겨울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을때쯤 갑자기 휠링휠링 양평여행을 계획하고 바로 떠났다...
번개불에 콩볶아 먹는다는 우리내 속담... 절대로 틀린말이 아니였다....
그날 저녁에 묵었던 양평에 보보스 펜션... 통나무로 만들어진 집은 우리만 사용할수있어서 더 좋았다..
양옆으로는 흔들의자가 있어서 편히 앉아 쉴수도 있었고 따로 구분되어있는 바베큐장은
추운겨울에도 춥지않게 사용할수있는 페치카가 있어서 포근하고 따뜻했다.... 우린 이곳에서
짐을 풀고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양평에서 가볼만한곳이 어디가 있는지 이야기를 한다..
유일하게 여자인 나는 그냥 하는일없이 왔다갔다 분주하기만 하고 요즘 주부라서 행복한 두남자가
라면을 끓이기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제일먼저 찾아간곳은 두물머리... 양평에 왔으니 두물머리정도는 가줘야 하지않을까해서 일년에도
수십번 다녀가는 두물머리를 찾아가 본다... 언제 가도 새로운곳이다... 여름철이면 무성한 가지와
잎사이로 바람이 불때는 사각사각 소리마저도 시원스럽게 느껴졌던 두물머리에
자랑거리 400년이된 느티나무도 앙상한 줄기만 볼수 있겠다..
이제 조만간 파릇 새순이 돋고 꽁꽁 얼어붙은 연밭에도 연잎들이 불쑥 솟아올라오겠지..
북한강과 남한강에 서로 만나는 곳 두물머리... 예전에는 양수리라고 불렀는데 이 표기법은
일어라고해서 순수 우리말로 두물머리라고 개명되어 불리우고있는데 사진찍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출사지이며 연인들한테는 빠질수없는 데이트코스로 유명한곳이다.. 무엇보다 새벽 해뜰무렵
모락모락 피어올라오는 물안개는 커다란 솥단지에 물이 끓는듯 신비롭기만 한 곳이다..
새롭게 꾸며진 양평 두물머리를 뒤로한채 수종사로 향해본다.. 눈이 덜 녹은곳이 있어서 조심스럽다
바람이 편안해지는 절집... 난 수종사를 그렇게 부르고 있다... 차한잔 마시면서 바라보는 풍경과
그 편안함은 세상 모든 근심걱정을 잊게해줄정도로 가뿐해 진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운길산 수종사는 신라시대때부터 내려오는 옛가람이라 하는데
고려 태조 왕건이 상서로운 기운을 쫓아 이곳에까지 오게되었고 구리종을 얻음으로써 부처님의
혜광을 통해 고려를 건국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며... 세종의 여섯째 아들 금성대군이
정의옹주의 부도를 세우고 금제 9층탑 수정사리함을 청자항아리에 담아 부도안에 모셨다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세조가 두물머리에서 머물다 새벽에 들려오는 종소리를 따라 올라와보니
그 종소리는 바위굴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였다고 한다... 세조가 굴속에서 18나한을 발견하고
5층 돌계단을 쌓았으며 절을 지었는데 그곳이 수종사였다고한다...
수종사는 500백년쯤 되는 은행나무가 있는데 명물중에 하나이며 그 자태 또한 예사롭지가 않다
수종사내에는 중요문화재가 몇개가 더 있는데 보물 제259호로 지정된 수종사부도내유물과
조선시대 금동불감과 금동불.보살상 등 많은 유물이 출토된 오층석탑이 있으니 유심히 볼만하다
안개 낀 하늘이 원망스럽고 아쉽다...맑은날에 다시 찾아오고 싶은곳 수종사..
숙소에 돌아와선 저녁준비로 분주하다... 현장 소장님이 손수 고기를 굽고 있다..
고기한점에 소주한잔 그동안 생활하면서 서운했던 일이나 화가 났던걸 훌훌 털어버리라고 한다.
그리고 따뜻했던 지난날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다섯남자들의 밤은 깊어간다..
가끔씩은 현장일은 접고 이렇게 야외로 나가자고 하던데 봄이면 공사현장은 더 바빠진다는걸
다들 알고 있지만 흔쾌히 찬성이라고 좋다고 이야기 한다..
다섯남자들과 갑자기 떠났던 양평여행... 다섯남자들은 또다른 추억을 나에게 남겨준다..
현장일이 마무리 되고 다들 다른곳에서 일을 한다해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었을거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