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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행복하게/오래간직하기

우연히 찾은 화구통에서 진한 물감향기를 맡아본다..

우연히 찾은 화구통속에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화구용품들..

 

그림을 안그린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지금 다시 그림을 그린다면 딱딱하게 굳어버린 손목과 함께

예전에 표현해주던 화려한(?) 붓놀림 또한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채

좌절하는 모습이 두려워 어쩌면 다시 시도도 못한채 아깝게 먼지만

쌓인채로 미술용품을 방치해 뒀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우연히 발견한 화구통에서 딱딱하게 굳어있을거란 물감들은

튜브가 아직도 말랑말랑했으며 혹시나 뚜껑을 열어보니 풍겨져나오는

물감의 냄새가 모락모락 올라오면서 한번 다시그려볼까.. 나를 자극시킨다..

그러다가 다시 뚜껑을 닫고 그동안에 쌓인 먼지만 솔솔 털어

화구통안에 모두 집어넣고 다시 종이박스안에 차곡차곡 담아놓는다

 

미술부였던 학교다닐때 해먹은 화구통만해도 서너개가 넘는다..

손잡이가 낡아져 가죽이 끊어지고 똑딱이 자물쇠가 떨어지면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사달라고했던때가 화구통을 보니 생각이난다

유난히 비쌌던 미술용품과 화구통... 내가 유화나 수채화를 포기했던

이유중에 하나가 녹녹하지 못한 가정형편때문에 그 비싼 물감을 사달라고

하기에 너무 미안했었기 때문이였다고 살짝 핑계를 대고싶다...^^

새로사온 화구통을 끌어안고 기뻐했지만 가죽 손잡이가 채 낡기도 전에

난 그림을 더이상 그리지 않았다...

 

이젤도 두개정도 샀던거같은데 다리가 빠지는 이젤은 집에다 펴놓고 그림을 그렸고

또다른 하나는 야외 스케치갈때 항상 어깨에 메고다녔던 내 분신과도 같았다..

아직도 이젤에 남아있는 물감들이 그때의 열정(?)을 이야기해주는듯하다...^^

 

혹시나 하고 만져본 물감들은 말랑말랑 완전 새로 구입한 물감처럼 느낌이 좋았다

수채화와 유화를 같이 하다보니 물감들이 한꺼번에 같이 떨어져

꽤 많은 돈을 주고 구입해야만했던 어려움이있었지만 그래도 물감냄새가 마냥 좋았다

새로 구입한 물감이 다 써버리기도 전에 붓을 놓아야했지만

울퉁불퉁 들어가있는 튜브속에 물감들은 여전히 고운 색을 가지고있다

 

 

 

그냥 화가나서 씻지도 않고 넣어놓은 파레트위에 딱딱하게 굳어있는 물감들..^^

닦지않고 굳힌채로 그림을 그려야하는 수채화는 물감을 뜸푹짜서

일부러 더 굳히기를 했던 생각이 났으며 색깔을 만들어 그리는 재미가 있었다

 

 

유화를 그릴때 가장 중요한 오일과 오일통들...

유화파레트위에 고정해서 붓을 닦거나 색을 만들었던 조그마한 오일통과

붓을 더 깨끗하게 딱기위해 사용했던 석유통들도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미쳐 다 쓰지 못한 오일들이 절반 가까이 남아있었고 여전히 독특한 향이 났다..

 

붓은 이것보다 더 많았던거같은데 ....

수채화는 20호 한가지만 사용했었는데 유화는 몬 붓을 그리 많이 사용하는지

화방에만 가면 유화붓 사느라 용돈을 다 써버렸던 기억이 난다

붓 제품도 아주 다양해서 한때는 화홍, 영일, 루벤스, 그리고 바바라..

바바라는 워낙에 고가품이라 엄두도 내보지 못했던 제품이였던거같다

난 주로 영일이나 화홍을 많이썼는데 화홍붓에 매력을 느껴 나중에는

모두 그것으로 바꿔서 사용했었는데 화홍도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었다...

한번 사용한 붓도 깨끗하게 잘 닦아나서 그런지 굳어있지않았고

지금이라도 당장 그림을 그릴수있을정도였다...

 

 

차곡차곡 화구통안에 넣고 보니 가득이다...

예전엔 그래서 낡은 화구통에 따로 분류해서 넣어뒀었는데

지금 하나는 어디갔는지 찾을수가없다...

화구통을 새로 사면 반짝거리는 윤기가 싫어서 일부러 낡아보이게 하기위해

사포로 문지르거나 학교 언덕에서 일부러 미끄럼을 태운적이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정말 이해가 안된다..ㅎㅎㅎ

 

 화구통에 새겨진 내 이름과 함께 고등학교 미술부시절때 찍었던 사진들과

야외스케치 다닐때의 모습들이 고스란이 남아있다..

그때의 풋풋한 시절을 다시 생각나게 했던 내추억 고스란히 담긴 화구통

다시그림을 그린다면 그때의 느끼지 못한 매력을 다시 느낄텐데

그림을 다시 그려보지 않을래.. 하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제는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지가 않지만...

 

이러다가 어느순간 화구통과 화구용품을 차안에 싣고 이름모를

낯선곳에서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