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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자유롭게/그리운충청도

해무속 섬들과 숨바꼭질 하던 잊지못할 난지도..

해무속 섬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아직도 잊지못할 난지도..

 

이번달까지만 다니고 다른직장을 알아봤으면 좋겠는데..ㅡㅡ

이번달을 불과 1주일정도 남겨놓고 이사님을 통해 들은 해고소식이다

최소한 다른직장을 알아보도록 한달정도는 기간을 준다고하던데

회사가 올해 접어들어 갑자기 어려워져서 그렇다는거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5년을 넘게 이곳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직원한테

그정도의 배려조차도 없다는 생각에 서운한 마음이 앞선다..

지난 토요일은 쌀점방을 선두로 친한 블로거님들이랑 난지도 여행이 잡혀있었다

토요일에도 출근을 해야하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난 최대한 빨리

퇴근을 해서 난지도까지 배를 타고가 일행들과 합류를 하기위해

아침부터 발을 동동 거리면서 조바심을 내고 있었는데

나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해고소식.. ㅡㅡ

12시쯤 되니 쌀점방오빠가 마지막배가 5시까지 있으니

그시간까지 맞춰서 들어오라고한다.. 난 알았다고 이야기를 했고

이 상태로 함께할 일행들을 대하고 싶지 않아 다른곳으로 가고싶었다

 

당진을 지나 도비도선착장.. 멀리서 난지도에 가는 배가 들어오고있다

설레이는 마음보다는 어떻게하면 이번 감정을 숨길수있을지 고민스럽다

좋거나 나쁘거나 싫은건 바로 표현해버리고 마는 숨길수없는 성격탓인지

1박2일동안 잘 견뎌낼수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소리만 요란한 잰걸음으로 30분을 왔을까..

물이빠진 난지도는 검은 혓바닥처럼 갯벌을 드러낸채

처음 이곳에 발을 딛는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도착하자마자 미리예약을 해놓은 팬션측에서 회 한접시를 내오고

쌀점방오빠와 함께한 일행들은 내가 도착하면 함께 저녁을 먹을수있도록 

도착할 시간에 맞춰서 준비를 시켜놓은듯 그냥 수저하고 젓가락만 들면

함께 먹을수있도록 모두준비가 되어있었다..

도톰한 회한점을 초고추장을 발라 소주와 함께 먹어본다

바다를 벗삼아 함께 하는 이곳이 낙원이 아닐까..

오전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은 조금이나마 잊을수있었다..

 

요리블로거이신 윤님이 직접 양념해온 돼지양념구이..

매콤하면서도 깔끔한 맛에 자꾸 자꾸 손이간다..

요리가 취미이거나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난 마냥 부럽다..^^

 

 

내가 없는동안에 열심히 잡아온 고동과 조개들..

맛있게 보글보글 익을무렵 준비해놓은 요지로 고동을 뽑아먹기 바쁘다..

싱싱하고 짭쪼름한 맛에 저절로 미소가 가득하다..^^

이걸 따느라 고생들 하셨어요...ㅎㅎㅎㅎ

 

저녁을 먹고 은빛오빠야가 타준 커피한잔으로 바다를 보거나

각자의 분위기속에 빠져들때쯤 행복한 이들과 함께 있는동안에 잊혀졌던

일들이 또 꿈틀꿈틀 삐져 나올러고 할때쯤

난 더 말도 많이하고 더 많이 웃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낭만적인 은빛오빠...^^

바닷가 평상위에 텐트를 만들고 그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사실 오빠를 밀어내고 내가 혼자서 이곳에서 있고 싶었다

그럼 새벽녘에는 물이 들어오는 파도소리가 들려올거같았고

난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자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빠는 양보해줄거같지가 않았다...ㅡㅡ

 

 

아침에 일어나 조개를 넣은 조개국으로 아침을 먹고

몽돌 해수욕장까지 걸으면서 난지도의 조용한 아침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아침안개 자욱한 난지도가 안개에 갇혀버린듯 몽환적인 분위기였지만

바람이 불면 고새 걷히고 또다시 안개에 잠기기를 몇번이고 되풀이를 한다..

낚시를 하고 고동을 잡고 다들 각자 한가지씩 놀이감을 가지고있었고

난 따분함이 점점 밀려올때쯤....

 

은빛오빠랑 함께 안개 자욱한 난지정을 올라가본다..

40도에 가까운 경사진곳을 턱까지 차오는 숨을 헥헥헥 거리면서 올라가면

평지가 나오고 내리막길이 나오고 또다시 경사진 비탈길이 나오고..

밋밋한 등산로가 아니여서 재미는 있었지만 힘들었다..ㅡㅡ

사람들도 없었기에 한적하게 야생화를 담거나 해무에 젖어있는

풍경을 담기에 바빴다.... 이곳 난지정까지 산딸기가 엄청 많았다...

 

 

점심으로 바지락 칼국수를 먹고 직접 바지락을 캐기위해 무장을 하고 나선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만사가 귀찮아진 바람이는 한숨 자고싶었지만

난 호미가 아닌 카메라를 챙겨 바지락 캐는 모습을 담기위해 멀리 바다까지 나가본다

 

 

카메라 설명에 열공중인 쥬디언니와 자상하게 잘도 가르쳐주는 은빛오빠야..^^

나중에 바람이 야경도 가르쳐주세요.... 꼭이요... ㅎㅎ

 

 

 

아쉬움을 뒤로한채 난지도를 떠나오면서 해무의 여운이 계속 남는다

이대로 짙은 해무속에 배가 가야할곳을 잃어버렸으면 좋겠다

멀미를 하더라도 그냥 바다위에 둥둥 떠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해무속에 섬들은 숨바꼭질을 하듯 머리카락도 안보이게 꼭꼭 숨어버린듯하고

도비도 선착장까지 쫒아오는 눈치없는 갈매기들에게 애꿏은 구박을 해본다..

 

불투명한 안경속으로 보이는 한때의 즐거운 모습들 속에서 행복이란걸 느껴본다

난지도에서의 잊지못할 그리고 행복 가득했던 1박2일..

바람이는 심심할때 또 꺼내먹을수있는 간식과도 같은 추억을

내 보물상자에 차곡차곡 담아본다....